방학을 맞아 본가에 잠깐 다녀왔는데,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많이 떠오르더군요. 지금은 운영하지 않지만, 집 옆에 오락실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오락실을 운영하시는 아주머니, 아저씨가 친하셔서 저도 자주 놀러 갔고 또 저보다 두, 세 살 많았던 두 언니와도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모임이 있는 날이면 오락실 문을 걸어 잠그고 밤늦도록 공짜로 게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더 킹 오브 파이터즈나 보글보글, 테트리스 등의 게임과 친해질 수 있었죠. 또한, 유선 텔레비전만 볼 수 있었던 저희 집과는 달리, 언니네 집은 케이블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전 바꾸는 일을 도와주러 간다는 핑계를 대며 소년 탐정 김전일 등의 보고 싶었던 애니메이션을 실컷 보다 오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두 언니에게 많은 민폐를 끼쳤네요) 게임이나 만화뿐만 아니라 같이 뛰어놀고 바다로 놀러 가기도 하고 집에서 비디오를 보고 주말엔 성당에 가기도 하고, 10년도 훨씬 전 일이라 또렷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꽤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항상 놀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언니들의 방은 항상 깨끗했고 정돈이 잘 되어있었습니다. 서랍과 책장은 모든 물건이 흐트러지지 않게 정리되어 있었고 바닥은 머리카락 하나 없이 말끔했습니다. 언니가 깔끔한 책상 위에 책을 펴놓고 또박또박한 글씨로 필기하는 것을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저는 항상 얼마 되지 않아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는 엄마가 시켜도 하지 않던 방 정리를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책상에 앉아 뭐라도 펼쳐서 읽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적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들으면 쉽사리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위인전에 등장하는 인물은 나와는 너무 멀고, 아직 많은 사람을 만나보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십 대 후반이 된 지금, 누가 너에게 가장 많은 동기를 부여해줬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위에서 얘기한 두 언니라는 사실을요.
제가 너무 머리글에 제 얘기만을 늘어놓은 것 같군요. 사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바로 이겁니다. 어쩜 우리는 교수님이나 박사님들보다 우리 근처에 앉아 있는 선후배, 가끔 학회에서 만나는 비슷한 연차의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서 더 많은 동기 부여와 영감을 받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제가 공부하고 있는 언니의 뒷모습을 보고 집으로 달려와 (엄마가 풀라고 잔소리할 땐 안 풀던) 밀린 학습지를 풀기 시작한 것처럼요. 이것이 YAM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닐까요? 언니들이 한때는 저에게 가장 좋은 친구였고, 또 한때는 좋은 본보기였던 것처럼 YAM 회원 여러분들이 서로의 좋은 친구, 동료 그리고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6명의 YAM 운영진들이 소식지 ‘하늘 사랑’을 재발간하기로 했고, 방학 동안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그리하여 마무리된, 약 22년 만의 ‘하늘 사랑 vol. 5’를 간단히 소개해드릴게요. <발자취 정리> 코너에서는 YAM의 연혁과 이전에 발간되었던 '하늘 사랑' 1~4호까지의 내용을 짤막하게 정리했습니다. <인터뷰> 코너에는 YAM 초대 회장이셨던 김종수 박사님과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YAM의 목소리> 코너에서는 YAM 회원들의 은밀한 취미 생활과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레벨 업!> 코너에서는 해봐서 아는 분들이 아직 겪어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친절히 후기를 작성해 주셨습니다. 해외 포닥 잡기, 결혼과 육아, 전문연구요원 준비기, 그리고 학회 개최 준비에 관한 내용입니다.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죠? <나. 연. 소.> 코너에서는 YAM 회원들이 게재한 논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늘 사랑 vol. 5’는 9월과 내년 2월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음 호는 더욱더 알차고 풍부한 내용으로 준비하려 하는데요,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고 있습니다. 소소한 연구실 생활 이야기도 좋고, 특별한 취미에 관한 이야기도 좋고 학회나 관측을 다녀와서 느꼈던 점들, 또는 나의 연구에 관한 이야기들도 좋아요. 만나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세요. 혹시 아나요? 설레는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았던 저처럼, 누군가도 여러분의 글을 읽고 다시금 마음을 잡는 계기가 될지.
그러나 항상 놀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언니들의 방은 항상 깨끗했고 정돈이 잘 되어있었습니다. 서랍과 책장은 모든 물건이 흐트러지지 않게 정리되어 있었고 바닥은 머리카락 하나 없이 말끔했습니다. 언니가 깔끔한 책상 위에 책을 펴놓고 또박또박한 글씨로 필기하는 것을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저는 항상 얼마 되지 않아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는 엄마가 시켜도 하지 않던 방 정리를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책상에 앉아 뭐라도 펼쳐서 읽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적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들으면 쉽사리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위인전에 등장하는 인물은 나와는 너무 멀고, 아직 많은 사람을 만나보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십 대 후반이 된 지금, 누가 너에게 가장 많은 동기를 부여해줬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위에서 얘기한 두 언니라는 사실을요.
제가 너무 머리글에 제 얘기만을 늘어놓은 것 같군요. 사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바로 이겁니다. 어쩜 우리는 교수님이나 박사님들보다 우리 근처에 앉아 있는 선후배, 가끔 학회에서 만나는 비슷한 연차의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서 더 많은 동기 부여와 영감을 받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제가 공부하고 있는 언니의 뒷모습을 보고 집으로 달려와 (엄마가 풀라고 잔소리할 땐 안 풀던) 밀린 학습지를 풀기 시작한 것처럼요. 이것이 YAM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닐까요? 언니들이 한때는 저에게 가장 좋은 친구였고, 또 한때는 좋은 본보기였던 것처럼 YAM 회원 여러분들이 서로의 좋은 친구, 동료 그리고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6명의 YAM 운영진들이 소식지 ‘하늘 사랑’을 재발간하기로 했고, 방학 동안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그리하여 마무리된, 약 22년 만의 ‘하늘 사랑 vol. 5’를 간단히 소개해드릴게요. <발자취 정리> 코너에서는 YAM의 연혁과 이전에 발간되었던 '하늘 사랑' 1~4호까지의 내용을 짤막하게 정리했습니다. <인터뷰> 코너에는 YAM 초대 회장이셨던 김종수 박사님과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YAM의 목소리> 코너에서는 YAM 회원들의 은밀한 취미 생활과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레벨 업!> 코너에서는 해봐서 아는 분들이 아직 겪어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친절히 후기를 작성해 주셨습니다. 해외 포닥 잡기, 결혼과 육아, 전문연구요원 준비기, 그리고 학회 개최 준비에 관한 내용입니다.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죠? <나. 연. 소.> 코너에서는 YAM 회원들이 게재한 논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늘 사랑 vol. 5’는 9월과 내년 2월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음 호는 더욱더 알차고 풍부한 내용으로 준비하려 하는데요,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고 있습니다. 소소한 연구실 생활 이야기도 좋고, 특별한 취미에 관한 이야기도 좋고 학회나 관측을 다녀와서 느꼈던 점들, 또는 나의 연구에 관한 이야기들도 좋아요. 만나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세요. 혹시 아나요? 설레는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았던 저처럼, 누군가도 여러분의 글을 읽고 다시금 마음을 잡는 계기가 될지.
이주원 (경희대)
2016-17 YAM 회장
2016-17 YAM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