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를 개최한다는 것
학회를 조직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요구한다. 이 글에서 학회를 개최하는 데에 직간접적인 일을 하면서 효율적으로 시간 관리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다만 필자의 경험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고 학회 성격이나 기관 행정 시스템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흐름만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부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길 바라며.
2015년 겨울, 지도 교수님으로부터 연구실 자체 내에서 학회를 개최할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이미 학회 주최 측으로써 일해 본 몇몇 분들은 그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아실 것이다. 불과 몇 년 전 학회 개최 과정을 두 눈으로 목격했던 터라 두려움이 앞섰다. 물론 학생들이 돕는 일은 주최하시는 분이 하시는 일에 비한다면 엄살 수준인 것은 자명한 사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쏟아지는 이메일을 읽고 답하는 일만 해도 상당히 고단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의 행사도 조직해본 경험이 없다면 예상치 못한 고통이 다가올 수 있다. 격한 운동을 하기 전에 몸풀기 운동을 하듯 큰 행사를 주최하는 데에는 사전에 계획이 필요하다. 필자의 그룹에서 도왔던 학회 개최에서 계획이 필요했다고 느꼈던 것들을 몇 가지 나열해 보자면 학회장 예약, 홍보 포스터 디자인, 브로슈어 (안내 책자) 디자인, 현수막 디자인, 출력, 학회 웹 페이지 디자인, 점심과 만찬 장소 정보, 학회장으로의 교통편, 숙박 장소 정보 등이 있었다. 본격적인 준비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개월 전에는 시작해야 하고 학회장 예약의 경우는 학회 개최 결정이 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여서 바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우선 보이다시피 디자인이 많다. 디자인은 어떠한 형태로든 직접 하는 데에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디자인에 관해서 제일 나은 선택을 하자면 두 가지 선택지로 줄일 수 있다.: 첫째, 맡긴다. 둘째, 포기한다.
전자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학회 이미지를 좋게 이끌어갈 수 있는 선택이고 후자는 시간적 체력적 소모 자체를 줄이는 선택이다. 맡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소속이 일반 대학교인 경우, 학교 내 디자인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학부생을 고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필자의 경우 지도 교수님께서 디자인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셨기 때문에 고민할 것 없이 첫 번째 옵션을 택했다. 한가지 문제는 디자인 비용이 만만치는 않다는 점. 학부생에게 맡기는 데에 20만 원 정도 지급하고 관련 업종(프리랜서)으로 종사하는 졸업생은 5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가까이 부르는 예도 있다. 연구비가 넉넉한 경우 이분들에게 맡기면 웬만하면 만족 그 이상의 디자인을 제공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주변에 포토샵을 잘 다루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경우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와 바깥 선은 본인이 정교하게 구상해놓고 있어야 의도와 맞는 그림이 나올 것이다.
둘째로 포기하는 방법은 그냥 학회 시간 장소 써넣고 학회장 사진 넣고 뚝딱 끝내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주최하시는 분들은 퇴짜를 놓으실 것이다. 하지만 간혹 그러한 포스터나 브로슈어가 종종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이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학회 포스터는 홍보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보 전달의 기능에 더 큰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시간이 더 소중하다면 욕심부리지 않고 아예 간결하게 만드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생산적이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직접 디자인하는 경우를 제외했는데 그 이유는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소모가 더 크기 때문이다. 예외로, 본인이 디자인을 뛰어나게 잘하는 경우(실제로 정말 잘하시는 분이 있다.)에는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 필자의 경험상 대부분은 며칠 쓰게 될 것이라 본다. 디자인이 끝났으면 일단 학회 일주일 전까지는 그대로 둔다. 학회 정보는 시시각각 변할 수 있으므로 수시로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학회 일주일 전에는 인쇄하는데 브로슈어를 팸플릿용 코팅 지로 인쇄하면 최소 이틀 이상 소모하므로 너무 늦지 않게 주문하도록 한다. 참고로, 현수막 디자인은 학회 이름 장소 시간만 알려주면 현수막 인쇄소에서 디자인부터 출력, 시공까지 다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 소속 대학교 근처에는 그런 인쇄소가 있는데 다른 곳도 그렇게 해주는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웹 페이지는 HTML 코드 사용해서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세상 좋게도 참 편리한 웹 페이지 에디터들이 많다. (선호하는 에디터가 있으면 그걸 사용하면 되는데 웹 편집 경험이 없다면 필자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한두 개 정도는 추천해 줄 수 있다) 학회 홈페이지는 학회 소개가 들어가는 주 페이지를 포함해서 학회 시간표가 들어간 안내 페이지, 등록 페이지, 길 안내 및 장소 페이지로 구성한다. 선택 사항으로 참가자 명단, 발표자 소개, 초록 모음 페이지 등을 추가할 수도 있다. 이는 개최자께서 결정해 주실 것이니 고민하는 데에 뇌를 낭비하지 않도록 하자. 우리의 포도당은 아직 쓰일 곳이 많다.
위와 같은 디자인 작업은 꼭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많은 분이 무언가 디자인을 할 때 드넓은 정보의 바다 구글에서 이미지들을 낚아온다. 그냥 대충 검색해도 월척 같은 예쁜 이미지들이 참 많아서 이미지 두세 개 가져다가 조화를 이루면 정말 아름다울 것만 같다. 한마디로 단호하게 정리하자면 ‘안 된다.’ 그 이미지 중에 저작권이 안 걸려 있는 게 없다. 게다가 이미지 저작권은 생각보다 상당히 까다롭다. 이미지를 갖다 쓰면서 출처만 밝히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저작권 보호 정책은 각 이미지 아래에 좁쌀만 한 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르면 볼 수 있다.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 금지는 대부분 다 걸려있지만 물론 학회는 비영리 행사라 여기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비영리 목적도 금지를 걸어 놓는 경우도 꽤 많고 사용을 허용하더라도 포토샵이나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이미지를 가공해서 포스터를 배포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출처를 적을 때 그 기다란 저작권 코드와 URL을 모두 해당 이미지상에 명시하도록 하는 예도 있다. 특히 개인 블로그는 근사한 사진들을 많이 올려놓고 의도적으로 함정을 파는 파파라치들이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학회 포스터에 사진을 잘못 넣었다가 소송 걸려서 100만 원 가까이 물어준 사례가 있다. 아이고 머리가 아프다. 이것저것 따지는 성격과 거리가 멀다면 그냥 직접 찍은 사진을 쓰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
학회 참가자들의 숙박과 이동 수단은 학회 성격에 따라 차이가 큰 편이라고 생각한다. 국제학회인지 국내학회인지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국제학회의 경우 관광하기 좋은 곳, 예를 들어 명동 같은 곳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관광단지에서는 물론 관광하기도 좋거니와 상황에 따라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국내 학회의 경우는 접근성 위주로 고려하는 편이 낫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자면 보통 학회장에서 가까운 것을 선호하는 여론이 강한 편이다. 필자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학회는 숙소가 관광 명소와 거리가 멀어도 괜찮은 것은 국내 교통 시스템은 전국적으로 큰 차이도 없으므로 어느 지역이든 가고 싶은 곳은 금방 찾아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학회장에서 이동 거리가 멀 때 초청 연사가 있을 때 학회장까지 연결해주는 교통편을 고려해야 하는데 미니 버스나 밴을 빌려서 기사를 고용하는 방법이 있고 단순히 택시를 이용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해외에서 오신 손님이 많을 경우(택시 두 대를 초과할 인원)엔 미니 버스를 빌리는 것이 좋지만 인원수가 많지 않으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비니 버스나 밴을 빌리면 오전과 오후 대여비를 두 번 내야 하기 때문에 택시 두 대 정도로 충분할 인원이면 이동하기 적당한 선에서 비용도 많이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점심과 만찬 장소를 알아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점심 장소는 구내식당 중에 실내장식이 깔끔한 곳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예약하자. 만약 구내식당이 변변치 않다면 근처에 정갈하고 단체석 이용 가능한 식당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점심은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다만 개인적으로 음식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여유가 좀 있다면 근처에 추천해줄 만한 식당 몇 개 정도 브로슈어에 적어두는 것도 좋다. 저녁 만찬은 두 가지로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학회장에서 출장 요리나 출장 뷔페를 신청하는 방법, 두 번째는 외부 식당으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각기 장단점은 있는데 아무래도 음식의 질은 출장 요리보다 직접 식당으로 찾아갔을 때 가격 대비 더 좋은 편이고 출장 요리의 장점은 이동의 번거로움이 없다는 점이다. 필자가 학회를 개최했을 때에는 학회장이 만찬 장소로 적합했던 식당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 식당을 선택했다. 만찬 메뉴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한정식이 많이 선호되는 편이다. 특히 외국 손님이 많으면 한정식 식당을 갔을 때 음식을 잘 들지 못할 수는 있지만,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타국에 가서 그 나라의 문화를 접하는 것은 언제나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역시 주저하지 말고 한정식 식당으로 전화를 걸자.
여기까지 필자가 학회 개최를 도우면서 필요했던 것들을 정리해봤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일을 필자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학회장 예약 -> 포스터 제작 -> 홈페이지 제작 -> 브로슈어 제작 -> (현수막 디자인) -> 숙소, 교통편 견적 조사 및 예약 -> 만찬 장소 조사 및 예약 -> 포스터, 브로슈어, 현수막 인쇄’ 순이 적절했던 것 같다. 학회 개최는 타 연구 분야와의 교류라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지만, 학회를 직접 개최하는 일은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므로 자칫 중구난방으로 움직이게 되면 본인도 모르는 새에 달력이 두 장 넘어가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계획을 잘 짜고 효율적으로 일한다면 여러분의 소중한 개인 연구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학회 개최를 돕는 학우들에게 응원을 전하며.
번외
학회 마지막 일정이 끝나고 지도 교수님께서 필자에게,
“잡음은 많았지만,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군. 매우 생산적이었지 않은가?
이거 매년 열어야겠어!”
필자: (눈물)
2015년 겨울, 지도 교수님으로부터 연구실 자체 내에서 학회를 개최할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이미 학회 주최 측으로써 일해 본 몇몇 분들은 그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아실 것이다. 불과 몇 년 전 학회 개최 과정을 두 눈으로 목격했던 터라 두려움이 앞섰다. 물론 학생들이 돕는 일은 주최하시는 분이 하시는 일에 비한다면 엄살 수준인 것은 자명한 사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쏟아지는 이메일을 읽고 답하는 일만 해도 상당히 고단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의 행사도 조직해본 경험이 없다면 예상치 못한 고통이 다가올 수 있다. 격한 운동을 하기 전에 몸풀기 운동을 하듯 큰 행사를 주최하는 데에는 사전에 계획이 필요하다. 필자의 그룹에서 도왔던 학회 개최에서 계획이 필요했다고 느꼈던 것들을 몇 가지 나열해 보자면 학회장 예약, 홍보 포스터 디자인, 브로슈어 (안내 책자) 디자인, 현수막 디자인, 출력, 학회 웹 페이지 디자인, 점심과 만찬 장소 정보, 학회장으로의 교통편, 숙박 장소 정보 등이 있었다. 본격적인 준비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개월 전에는 시작해야 하고 학회장 예약의 경우는 학회 개최 결정이 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여서 바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우선 보이다시피 디자인이 많다. 디자인은 어떠한 형태로든 직접 하는 데에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디자인에 관해서 제일 나은 선택을 하자면 두 가지 선택지로 줄일 수 있다.: 첫째, 맡긴다. 둘째, 포기한다.
전자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학회 이미지를 좋게 이끌어갈 수 있는 선택이고 후자는 시간적 체력적 소모 자체를 줄이는 선택이다. 맡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소속이 일반 대학교인 경우, 학교 내 디자인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학부생을 고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필자의 경우 지도 교수님께서 디자인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셨기 때문에 고민할 것 없이 첫 번째 옵션을 택했다. 한가지 문제는 디자인 비용이 만만치는 않다는 점. 학부생에게 맡기는 데에 20만 원 정도 지급하고 관련 업종(프리랜서)으로 종사하는 졸업생은 5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가까이 부르는 예도 있다. 연구비가 넉넉한 경우 이분들에게 맡기면 웬만하면 만족 그 이상의 디자인을 제공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주변에 포토샵을 잘 다루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경우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와 바깥 선은 본인이 정교하게 구상해놓고 있어야 의도와 맞는 그림이 나올 것이다.
둘째로 포기하는 방법은 그냥 학회 시간 장소 써넣고 학회장 사진 넣고 뚝딱 끝내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주최하시는 분들은 퇴짜를 놓으실 것이다. 하지만 간혹 그러한 포스터나 브로슈어가 종종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이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학회 포스터는 홍보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보 전달의 기능에 더 큰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시간이 더 소중하다면 욕심부리지 않고 아예 간결하게 만드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생산적이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직접 디자인하는 경우를 제외했는데 그 이유는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소모가 더 크기 때문이다. 예외로, 본인이 디자인을 뛰어나게 잘하는 경우(실제로 정말 잘하시는 분이 있다.)에는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 필자의 경험상 대부분은 며칠 쓰게 될 것이라 본다. 디자인이 끝났으면 일단 학회 일주일 전까지는 그대로 둔다. 학회 정보는 시시각각 변할 수 있으므로 수시로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학회 일주일 전에는 인쇄하는데 브로슈어를 팸플릿용 코팅 지로 인쇄하면 최소 이틀 이상 소모하므로 너무 늦지 않게 주문하도록 한다. 참고로, 현수막 디자인은 학회 이름 장소 시간만 알려주면 현수막 인쇄소에서 디자인부터 출력, 시공까지 다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 소속 대학교 근처에는 그런 인쇄소가 있는데 다른 곳도 그렇게 해주는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웹 페이지는 HTML 코드 사용해서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세상 좋게도 참 편리한 웹 페이지 에디터들이 많다. (선호하는 에디터가 있으면 그걸 사용하면 되는데 웹 편집 경험이 없다면 필자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한두 개 정도는 추천해 줄 수 있다) 학회 홈페이지는 학회 소개가 들어가는 주 페이지를 포함해서 학회 시간표가 들어간 안내 페이지, 등록 페이지, 길 안내 및 장소 페이지로 구성한다. 선택 사항으로 참가자 명단, 발표자 소개, 초록 모음 페이지 등을 추가할 수도 있다. 이는 개최자께서 결정해 주실 것이니 고민하는 데에 뇌를 낭비하지 않도록 하자. 우리의 포도당은 아직 쓰일 곳이 많다.
위와 같은 디자인 작업은 꼭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많은 분이 무언가 디자인을 할 때 드넓은 정보의 바다 구글에서 이미지들을 낚아온다. 그냥 대충 검색해도 월척 같은 예쁜 이미지들이 참 많아서 이미지 두세 개 가져다가 조화를 이루면 정말 아름다울 것만 같다. 한마디로 단호하게 정리하자면 ‘안 된다.’ 그 이미지 중에 저작권이 안 걸려 있는 게 없다. 게다가 이미지 저작권은 생각보다 상당히 까다롭다. 이미지를 갖다 쓰면서 출처만 밝히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저작권 보호 정책은 각 이미지 아래에 좁쌀만 한 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르면 볼 수 있다.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 금지는 대부분 다 걸려있지만 물론 학회는 비영리 행사라 여기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비영리 목적도 금지를 걸어 놓는 경우도 꽤 많고 사용을 허용하더라도 포토샵이나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이미지를 가공해서 포스터를 배포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출처를 적을 때 그 기다란 저작권 코드와 URL을 모두 해당 이미지상에 명시하도록 하는 예도 있다. 특히 개인 블로그는 근사한 사진들을 많이 올려놓고 의도적으로 함정을 파는 파파라치들이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학회 포스터에 사진을 잘못 넣었다가 소송 걸려서 100만 원 가까이 물어준 사례가 있다. 아이고 머리가 아프다. 이것저것 따지는 성격과 거리가 멀다면 그냥 직접 찍은 사진을 쓰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
학회 참가자들의 숙박과 이동 수단은 학회 성격에 따라 차이가 큰 편이라고 생각한다. 국제학회인지 국내학회인지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국제학회의 경우 관광하기 좋은 곳, 예를 들어 명동 같은 곳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관광단지에서는 물론 관광하기도 좋거니와 상황에 따라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국내 학회의 경우는 접근성 위주로 고려하는 편이 낫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자면 보통 학회장에서 가까운 것을 선호하는 여론이 강한 편이다. 필자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학회는 숙소가 관광 명소와 거리가 멀어도 괜찮은 것은 국내 교통 시스템은 전국적으로 큰 차이도 없으므로 어느 지역이든 가고 싶은 곳은 금방 찾아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학회장에서 이동 거리가 멀 때 초청 연사가 있을 때 학회장까지 연결해주는 교통편을 고려해야 하는데 미니 버스나 밴을 빌려서 기사를 고용하는 방법이 있고 단순히 택시를 이용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해외에서 오신 손님이 많을 경우(택시 두 대를 초과할 인원)엔 미니 버스를 빌리는 것이 좋지만 인원수가 많지 않으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비니 버스나 밴을 빌리면 오전과 오후 대여비를 두 번 내야 하기 때문에 택시 두 대 정도로 충분할 인원이면 이동하기 적당한 선에서 비용도 많이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점심과 만찬 장소를 알아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점심 장소는 구내식당 중에 실내장식이 깔끔한 곳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예약하자. 만약 구내식당이 변변치 않다면 근처에 정갈하고 단체석 이용 가능한 식당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점심은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다만 개인적으로 음식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여유가 좀 있다면 근처에 추천해줄 만한 식당 몇 개 정도 브로슈어에 적어두는 것도 좋다. 저녁 만찬은 두 가지로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학회장에서 출장 요리나 출장 뷔페를 신청하는 방법, 두 번째는 외부 식당으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각기 장단점은 있는데 아무래도 음식의 질은 출장 요리보다 직접 식당으로 찾아갔을 때 가격 대비 더 좋은 편이고 출장 요리의 장점은 이동의 번거로움이 없다는 점이다. 필자가 학회를 개최했을 때에는 학회장이 만찬 장소로 적합했던 식당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 식당을 선택했다. 만찬 메뉴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한정식이 많이 선호되는 편이다. 특히 외국 손님이 많으면 한정식 식당을 갔을 때 음식을 잘 들지 못할 수는 있지만,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타국에 가서 그 나라의 문화를 접하는 것은 언제나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역시 주저하지 말고 한정식 식당으로 전화를 걸자.
여기까지 필자가 학회 개최를 도우면서 필요했던 것들을 정리해봤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일을 필자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학회장 예약 -> 포스터 제작 -> 홈페이지 제작 -> 브로슈어 제작 -> (현수막 디자인) -> 숙소, 교통편 견적 조사 및 예약 -> 만찬 장소 조사 및 예약 -> 포스터, 브로슈어, 현수막 인쇄’ 순이 적절했던 것 같다. 학회 개최는 타 연구 분야와의 교류라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지만, 학회를 직접 개최하는 일은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므로 자칫 중구난방으로 움직이게 되면 본인도 모르는 새에 달력이 두 장 넘어가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계획을 잘 짜고 효율적으로 일한다면 여러분의 소중한 개인 연구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학회 개최를 돕는 학우들에게 응원을 전하며.
번외
학회 마지막 일정이 끝나고 지도 교수님께서 필자에게,
“잡음은 많았지만,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군. 매우 생산적이었지 않은가?
이거 매년 열어야겠어!”
필자: (눈물)
최두현 (세종대학교)
2016-17 YAM 총무
2016-17 YAM 총무